예멘 난민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며 그들을 의심하는 이들도 보인다. 난민 신분임에도 사치품을 들고 다닌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걸까. 물어보자. 한국에 전쟁이 나거나 핵발전소가 폭발해 타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가장 먼저 챙길까?

한국의 상황을 전해 듣기 위한 라디오, 타국 생활에 필요한 회화 교재와 단어사전, 고국에 남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낼 우표와 편지봉투, 금두꺼비와 통장 꾸러미, 세계 지도와 나침반과 펜과 노트 꾸러미 등을 들고 한국을 탈출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챙기라고 권하고 싶다. 

스마트폰으로 라디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한 소식들을 접할 수 있다. 스마트 폰을 이용해 각국 언어들을 효과적으로 번역할 수 있고, 멀리 떨어진 가족과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할 수도 있다. 세계지도와 통장도 이미 스마트폰 안에 들어있다. 나침반과 카메라도 들어있다.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다들 아는 얘기이다. 조금 놀랄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굳이 첨언하자면 예멘인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도 물론 그런 기능들이 담겨져 있다. 단지 비싸기만 한 사치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예멘 난민 H씨의 경우 말레이시아에서 한 달 노동으로 30만원을 벌면서 2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스마트폰을 장만했다. 예멘에서 나온 지 오래된 이들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물론 중고품을 구입한 이들도 많다. 그는 시간이 될 때마다 가족들과 인터넷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는다. 일자리를 얻지 못해 대기하는 무료한 시간을 견디는 좋은 도구이기도 하다. 기자와 대화를 나누다 막히면 스마트폰을 통해 단어를 번역해 보여주기도 한다.

한겨레 신문은 2015년 8월 26일자 <스마트폰, 21세기 난민들의 '나침반'이 되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스마트폰이 난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며 유엔난민기구가 요르단에 있는 시리아 난민들에게 3만3000개의 심카드와 휴대폰 충전용 태양광 랜턴 8만 5704개를 제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3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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