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찬 예술의 전당 사장

제주출신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이 "어린이예술단으로 남·북교류 물꼬 터야"한다는 주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70)은 예술의전당 사상 최초로 연임 기록을 세우며 그동안 많은 성과를 일궜다.

그는 지난 2013년 부임한 이래 공연영상화사업, 서울서예박물관 재개관, 어린이예술단 창단 등을 성공시키며 연간 300만 명이 넘는 관람객 시대를 열었다. 이를 통해 예술의전당 문턱을 낮추고 문화 저변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 사장의 치적 가운데 하나로 어린이예술단 창단이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

2016년 창단된 어린이예술단은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국악·기악·합창 등을 통해 폭넓은 예술에 눈 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약 22건의 공연과 행사를 통해 1만9000여 명의 관객과 만났다.

고 사장은 “요즘은 동요 부르는 아이들이 별로 없는데 어린이는 어린이 정서에 맞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린이예술단을 만들었고, 때마침 빈소년합창단을 지휘하던 김보미 지휘자가 연세대학교 교수로 한국에 오게 되면서 지휘를 부탁했지요” 또한 “아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라도 금방 친해지잖아요. 아이들이 손잡고 놀면 어른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예술단이 남북 교류에 물꼬를 터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서로 손잡고 노래한다면, 그 천진난만한 모습이 바로 진정성 있는 남북 교류의 시작이 아닐까요. 통일을 향한 길의 맨 앞에 우리 어린이들이 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남북 화합에 관해 “동질감 회복에는 문화밖에 없다”며 “돈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1947년 제주시 용담동에서 태어난 고 사장은 제주서교(현 제주서초등학교)와 제주일중을 졸업하고 제주일고(9회)에 입학해 1학년을 다니다가 서울 대광고로 전학한 후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연극영화과 입학은 그가 늘 꿈꿔왔던 예술에 대한 새로운 동경의 시작이었다. 영화감독은 남다른 그의 꿈이었다.

당시 제주에서 올라온 친한 친구 8명은 대부분 상대와 공대를 다녔고 후에 교수직 등 안정된 삶을 살았다. 그러나 고 사장은 대학생활부터 남들과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나는 70년 동안 살아오면서 남들이 쉽게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늘 외롭게 걸어왔습니다’ 그가 늘 강조하는 얘기다.

대학을 졸업한 고학찬은 TBC공채 PD로 들어가면서 제주출신 중앙방송 PD 1호가 됐다. 그는 라디오 PD로 시작하면서부터 명성을 날렸다. 당시 ‘손오공’이라는 제목의 우리나라 최초의 싸이언스 픽션 드라마, 우리나라 최초의 라디오 뮤지컬 ‘유쾌한 셀러리맨’은 당시 청취율 1위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라디오와 TV PD를 거치면서 이런 인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그만이 갖고 있는 새로운 노력과 시도였다.

그 후 그는 미국 뉴욕에서 교포들을 위한 우리말 방송도 만들었고 다시 한국에 들어와 케이블방송에도 관여했다.

그리고 서울예술대학, 추계예술대학교, 세명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윤당아츠홀 관장을 지내며 다양한 예술의 폭을 넓혀왔다. 물론 가는 곳마다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고학찬 사장의 트레드마크이기도 하다.

고학찬 사장은 고향 제주를 늘 마음속에 품고 살고 있다.

그는 같은 방송 아나운서 출신의 여자와 결혼을 하고 세명의 딸을 두고 있다. 세 딸들은 아직도 아버지가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남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길을 걸어왔다는 걸 늘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학창 시절 그의 별명은 ‘롤링스톤’이었다. 고향의 짱돌처럼 계속 굴러 다니면서 새로운 것도 많이 만들고 또한 자신도 많이 유연해졌으며 다양한 세상도 원없이 만났다고 한다.

당시 제주 촌놈이 서울에 올라와 치열하게 살면서도 고향 제주는 항상 자신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줬다고 한다. 찬란한 실패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것, 어떤 도전도 의미 없는 일은 없다는 것, 그런 메시지를 늘 던져준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은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예술은 인간에게 하모니를 가르쳐준다. 모두들 제 할 말만 하고 사는 시대다. 그러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광경을 보고 있으면, 같이 합창 한 번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합창이라는 것이, 옆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 소리를 내는 것 아닌가. 서로 다른 음(音을) 내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합창의 묘미다. 입만 벙긋거리면 음에 빈 자리가 생기고, 욕심을 부리면 나만 튀게 된다. 그렇게 조율의 과정을 학습하는 거다.

성당이나 교회의 천장에서 스탠드글라스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 낱장을 떼어 보면 의미 없는 조각이지만, 모여 있으면 “와-” 탄성이 나오는 걸작이 되지 않는가. 나는 그게 미술에서의 하모니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개인이 모여 멋진 우리가 되는 것. 예술은 그런 세상을 가능하게끔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오는 4일 오후 2시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리는 ‘제주人 아카데미’ 강의를 위해 제주에 온다.

그는 이번 강의를 통해 본인이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문화의 중요성을 풀어낼 예정이다.

이날 특히 제주지역 문화예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제주 향토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고학찬 사장은 “문화예술은 다른 어떤 것 보다 힘이 있다”며 “우리 생활에,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등에 대해 제 인생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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