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가 김보희(67세, 이화여대 명예교수)

“제주는 살면서 더 정이 드는 곳입니다” 15년 전 서귀포시 하원동 마을에 정착해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동양화가 김보희(67세)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제주에 대한 생각이다.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작년 8월 정년퇴임한 김보희 작가는 젊은 시절 신혼여행으로 제주에 오고 난 후 기회가 될 때 마다 자주 이곳을 찾았다.

올 때 마다 제주의 바다와 돌담, 그리고 녹색의 나무와 꽃들이 그녀를 제주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녀는 모교인 이화여대에서 지난 1983년부터 30여년간 후진을 가르치는 일과 작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해왔다.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는 특유의 균형감과 부단한 자기노력으로 활동해 온 그녀는 작가로서의 일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귀포시 하원동에 위치한 작업실

서울이 고향인 그녀는 어머니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자신의 딸이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어머니는 이후 중학생부터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를 시켰다. 그녀가 동양화를 전공하게 된 이유는 우연하게도 중·고 때 개인지도를 했던 과외선생님과 학교 미술선생님 모두 동양화를 전공한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동양화 전공인 김보희 작가는 소재를 가리지 않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풍경, 인물, 정물 등을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초창기 시절 수묵풍경을 화폭에 담기 위해 전국의 산과 강을 누비고 다녔다.

1970년대 김보희 작가의 작품

고전적 사실주의에 근거한 품위 있는 채색 산수화에서 시작된 그녀의 작업은 이후에 사실성과 추상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작품은 서로 상반되는 두 성격이 공존하며 어우러지는 양가적인 자연의 모습은 단순한 풍경의 범주를 뛰어넘어 사색과 명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또한 현실의 풍경이 내면의 풍경, 더 나아가 원형(原型)의 자연으로 까지 승화되고 있는 것이다. 수묵과 채색을 넘나드는 재료적 실험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신비로운 색채의 향연은 고양된 내적 체험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1980년-90년대 김보희 작가 작품

2003년 제주에 들어와 살면서부터 그녀의 화풍은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한다.

제주 특유의 자연이 주는 영감이 그녀의 그림 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국적인 제주의 풍광은 그녀의 독특한 채색화와 접목되면서 또 다른 신비한 제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녀의 자연에 대한 접근은 구조적이면서도 한편으론 귀의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바라보는 자연이 아니라 자연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려는 작가의 노력으로 제주의 꽃과 나무는 경이로운 작품으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그녀는 요즘 대기업에 다니다 퇴직한 남편(조경환, 69세)과 함께 행복한 제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제주를 더 아름답게 그림에 담아내는 일을 늘 꿈꾸며 살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0일까지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스페이스 예나르 제주'에서 그녀는 우현 송영방 선생의 작품과 함께 ‘화연전(畵緣展)’을 열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과거 자신이 조교시절 교수였던 송영방 선생과의 따뜻한 인연으로 마련했다.

김보희 작가는 1980년부터 현재까지 22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1981년 제30회 국전 특선과 1982년, 1983년 제1회, 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1992년에는 제2회 월전미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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