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멍, 쉬멍, 걸으멍...

바당올레와 마을올레가 반복되는

제주올레 5코스(남원~쇠소깍, 14.4km)는

작고 아담한 기다림의 길목 '남원포구'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산책로로 꼽히는 '큰엉해안경승지'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건축학개론' 속 서연의 집을 지나

솔바람 파도소리 들으며 걷는 바닷길은 '예촌망'으로 향하고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쇠소깍'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안풍경과 소박하고 정겨운 포구마을의 정취를 그려낸다.

올레 5코스인 남원~쇠소깍(14.7km, 4~5시간) 구간 중 

남원포구~조배머들코지까지

행복한 여행자가 되기 위해 꼬닥꼬닥 걷는 올레길

바다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바당 올레길에는 오징어 말리기가 한창이다.

하늘도, 바다도, 땅 위 숨을 고르는 하나 하나가

우리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조용히 듣고 지나간다.

바다 위로 비추는 겨울 햇살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걸었던 길을 뒤돌아보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큰엉은 구럼비부터 서쪽(황토개)으로 길이 2.2km까지

해안가의 높이가 15~20m에 이르는 기암절벽이 성을 두르듯 서 있고,

중앙 부분에 있는 큰 바위 동굴을 뜻한다.

'엉'이라는 이름은 바닷가나 절벽 등에 뚫린 바위 그늘(언덕)을

일컫는 제주 방언이다.

길의 끝에는 밝은 빛이 보인다.

상록의 숲터널로 빨려 들어가는 듯 큰엉가는 길은 늘 설렌다.

그 곳에 다다르면 희망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설레임이 있기에...

작은 행복을 느끼며 아름다운 해안길을 느릿느릿 걸어본다.

해안산책로 따라 한참을 걷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

뜻하지 않은 행운이 가져다 준 아름다운 선물

벌써 시들어 열매를 맺어야 할 시기에

기암괴석이 즐비한 틈새로 바다를 향한 꿈을 안은 채

위험한 곡예를 끝내고 싶지 않은 듯 바다문지기 '해국'의

우아한 자태에 납작 엎드렸다.

영화 속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신영영화 박물관 모습이 살짝 드러난다.

호두암은 큰엉의 수많은 바위들 중 옆에서 보이는 모습이

마치 사나운 호랑이가 사냥을 하듯 입을 크게 벌려 있는 모습이어서

호랑이의 머리를 닮아 호두암이라 칭한다.(매의 구부러진 입모양으로도 보임)

유두암은 호두암의 아래 쪽에 위치해 있으며 자세히 관찰하면

마치 어머니의 젖가슴이 봉긋하게 솟아 있고 까맣게 젖꼭지가 선명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미묘한 웃음을 선사하는 바위다.

쇠 떨어지는 고망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설에 의하면

방목된 소들이 '큰엉' 일대 야초지에서 풀을 띁다가 더위를 피하려고

그늘을 찾아 숲속으로 진입하다 바위틈에 거대하게 뚫여 있는 구멍으로 떨어져 죽었다하여

'쇠 떨어진 고망'이라 불려오고 있다.

고망 주위로 노랗게 꽃을 피운 털머위가 위태해보인다.

계속되는 해안산책로의 숲터널

아직은 설익은 보리밥나무의 열매가 눈길을 끈다.

인디언추장 얼굴 바위는

관광객이 큰엉 산책로를 걷다가 발견하였는데

미국의 유명한 대통령 얼굴바위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멋과 묘미를 지니고 있다.

오랜 시간 제주의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인디언추장 얼굴 바위는

큰엉의 새로운 상징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아름다운 남국의 해안절경을 간직한 남원~

느릿느릿 걷다 잠시 멈춰 버린 곳 포토존은 차례를 기다리며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정면을 바라보면 산책로를 둘러싼 우묵사스레피 나뭇가지 사이로

마치 한반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형상을 볼 수 있다.

한반도 형상 속으로 수평선이 그어지고 하늘과 바다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곳을 지나는 모든 이에게 환한 미소를 짓게 해준다.

해안을 따라서 서쪽으로 1.5km에 이르는 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 산책로가 자리잡고 있어 관광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남원관광지구'로 지정되어 있고,

또한 이 산책로는 아열대 북방 한계선으로

까마귀쪽나무, 우묵사스레피나무, 돈나무, 보리밥나무 등이

어우러져 상록활엽수림대를 형성하고

다양한 조류와 식물 등이 서식하고 있다.

남원 큰엉은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 삼킬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

이라 하여 붙여진 명칭으로

'엉'이라는 이름은

바닷가나 절벽 등에 뚫린 바위 그늘(언덕)을

일컫는 제주 방언이다.

해안절벽을 따라 펼쳐진 산책길은

강태공들을 위한 갯바위 낚시터, 조용한 휴식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

바람도 잠시 쉬어가는 돌언덕에는

바닷바람을 견디며 시간을 거꾸로 사는 '이고들빼기'

설상화(혀꽃)가 흰색인 귀화식물 '흰도깨비바늘'

빨간 열매를 달고 눈 마주치는 염분에 강한 '천문동'

바닷바람에 심하게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고 군락을 이루었던 

'갈대'는 흔적만 남기고 멀리 날아가버렸다.

멀리 항공모함처럼 떠 있는 무인도 '지귀도'

하늘과 바다를 이어주는 듯  환상적인 그림을 만들어 주고

바닷가에는 감국과 산국이 어우러져 들국화가 주는 소박하고 은은한 향기는

온전히 걷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

갯내음을 맡으며 갯길을 걷고 나면 정겨운 오솔길이 나오고

자연이 묻어나는 작은 숲길을 지나고 나면 밀림에 들어온 듯 정글숲으로 이어지고

다시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갯길

깍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낚시대를 드리우고 바다와 하나가 된 듯한 강태공의 유유자적

조심스럽게 한발 내디딜 때마다 달그락거리는

작지왓(자갈밭의 제주어)에서 돌들이 부딪히는 소리는 정겹다.

사라지고 묻히고 끊어졌던 바당올레는 울창한 숲으로 이어지고

숲을 빠져나오면 자연스레 마을올레는 동백나무로 울타리가 된 동백군락지와

마을 풍경이 멋스럽게 다가온다.

올레5코스(서귀포시 남원~쇠소깍)를 걷다 만나는 '위미 동백나무 군락'

겨울꽃 동백꽃은 단아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에 먼발치에서도 늘 설레게 한다.

동백의 붉은 꽃은 애기동백꽃의 화사한 모습에 밀려난 듯 하지만

제주의 동백꽃은 윤기나는 초록잎 새로 반쯤 벌어진 채 붉게 피어나길 한 번

가지에 매달린 채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겨울비와 모진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에 거침없이 떨어진 통꽃은

땅에서 붉은피를 토해내 듯 한 번 더 피어난다.

바다를 향해 돌출되어 있는 돌동산

한 눈에 시선을 끄는 기이한 암석 바위 모습의 '조배머들코지'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제주의 독특한 돌은

여러 해 묵은 구렁이가 꿈틀거리는 형상일까?

걷고 싶은 만큼 걸을 수 있는 길

길 위에 가득 담았던 작은 행복은 바위에 뿌리를 내린 채

이곳을 지켜주는 '연화바위솔'이 마지막까지 큰 감동을 준다.

 

삶의 활력이 배어 있는 '위미항'을 시작으로 쇠소깍까지

올레5코스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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