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원 지사 담화문에 '휘청'?

결의안 찬성 서명 의원, 10인 이상 철회

대규모사업장 행정사무조사 부결 사태 재연 우려

제주도의회 본회의장 전경(사진=제주도의회)

지난해 대규모사업장 행정사무조사 발의안을 부결하며 도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던 제주도의회.

27일 ‘제2공항에 대한 갈등해결 방안 마련 촉구 결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행정사무조사 발의안 부결 사태와 복사판인 상황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의회가 회기를 시작한 다음날인 지난 20일 제2공항에 대해 담화문을 발표했다. 제주도의회가 제2공항 관련 토론회와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는 와중에 긴급히 담화문을 발표한 것.

도의원들도 즉각 반발했다. 담화문 발표 직후인 21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공항확충지원단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도지사 담화문 발표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이날 강성민 의원(이도2동을, 민주당)은 "도의회가 26일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사의 (담화문을 통한 제2공항) 발언은 매우 유감“이라며 "지사가 도민과 도의회를 우습게보고 무책임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연호 의원(표선면, 무소속)도 “꼭 담화문 발표를 어제 해야만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좀 더 숙의하고 도의회와 얘기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원철 환도위 위원장(한림읍, 민주당)은 “공항 사업은 항만과 달리 바꾸거나 도중 하차가 불가능한 사업”이라며 “기본계획 용역을 6개월 만에 끝낸다는 것에 대해 도가 한 마디도 안 하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가 나서서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

그러나 원 지사의 담화문에 대한 이와 같은 도의원들의 비판이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 지사에 대한 날 세운 비판과는 달리 오히려 담화문 발표 후 ‘제2공항에 대한 갈등해결 방안 마련 촉구 결의안’에 찬성 서명한 의원의 수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

<제주투데이> 취재 결과 30명에 달하던 ‘제2공항에 대한 갈등해결 방안 마련 촉구 결의안’에 찬성 서명을 한 의원이 현재는 18명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원 지사의 담화문 발표가 도의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에 “원희룡 지사의 담화문 발표를 보고 줏대없이 도정의 입맛에 맞게 자기 의견을 바꿀 거면 도정에서 일하면 되지 왜 굳이 도의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행정사무조사 부결 사태와 닮은꼴이다. 행정사무조사 부결 사태가 재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의원들이 지난해 9월 26일 대규모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부결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제주투데이DB)

지난해 9월 21일 대규모사업장 행정사무조사가 도의회 표결에서 부결되며 발의안에 서명을 한 뒤 막상 표결에서는 기권과 반대를 한 의원들에 대한 도민들의 비판여론이 크게 인 바 있다. 입장을 바꾼 의원들의 명단도 공개되며 해당 의원들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도민 여론에 밀린 도의회는 행정사무조사 부결에 대해 사과하고 재추진하는 과정을 거쳤다.

현재 ‘제2공항에 대한 갈등해결 방안 마련 촉구 결의안’에 찬성 서명을 한 의원은 강민숙·강성민·강성의·강철남·고은실·고현수·김경미·김용범·박원철·송창권·양영식·이상봉·이승아·좌남수·한영진·허창옥·현길호·홍명환 의원이다.

한편, 제주도의회 민주당 의원들 중에서도 이번 결의안을 부결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