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확장공사를 막고 삼나무숲을 지키기 위해서 시민단체들이 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간다.

20일부터 확장공사에 들어가는 비자림로 공사구역의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오는 20일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재개하기로 밝힌 가운데,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이하 비자림로 시민모임)은 공사예정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모임은 "사실상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의 시작을 알리는 첫 삽이 될 것"이라며 "개발과 보존의 가치 충돌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표적인 예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민모임은 모니터링단을 결성하고 오늘 19일부터 비자림로 공사현장을 기록하면서 개발에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비자림로 시민모임이 비자림로 삼나무숲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시민모임에 참여중인 김순애 활동가는 "일부 기자분들 중에 포크레인 앞에서 드러누울 것이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그런 방식으로는 현재 진행하는 제주도의 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비자림로가 어떻게 파괴되고 삼나무가 학살되면서 제2공항이 시작되는지 24시간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제주도에서 환경디자인 등에서 일해왔던 환경활동가 그린 씨(필명)가 공사장 옆 삼나무숲에서 나무집을 마련하고 24시간 모니터링을 시작한다.

그린 씨는 "8년동안 제주의 풍경과 오름, 바다, 비자림로 삼나무숲에서 어마어마한 실수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며 이번 모니터링 자원 이유를 밝혔다.

환경활동가 그린 씨가 비자림로 확장공사 24시간 감시 모니터링에 들어가기 앞서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그린 씨는 "지구 밖에 살 수 없는 우리는 바다를 오염시키고, 숲을 베는 일을 이제 그만 멈춰야한다"며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세대에게 맑은 공기과 깨끗한 물, 아름다운 풍경을 남겨주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역할이며 책임임을 깨달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자림로 시민모임은 지난해 8월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면서부터 결성돼 꾸준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들은 이곳 확장공사가 제주시 - 비자림로 - 금백조로 - 성산 제2공항을 잇는 공사의 첫 시작이라며, 이 확장공사를 시작으로 금백조로의 오름과 벵듸, 곶자왈도 이어지는 확장공사로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자림로 시민모임이 걸어둔 플랫카드. 시민모임은 이번 확장공사가 제2공항 연계도로를 확장하기 위한 첫 공사라고 비판하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또한, "서민을 위해 쓰여야 할 천문학적 액수의 예산이, 소수 토건세력과 권력자의 배를 불리며 어떻게 제주를 망쳐가는지 낱낱이 알릴 것"이라는 각오다.

기자회견 직후 이날 시민모임 참가자들은 모니터링에 앞서서 조만간 베어질 삼나무들을 품에 안고 이번 공사의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제주도는 20일부터 계획대로 공사를 재개한다. 도는 이번 확장공사를 2021년 6월까지 마무리짓고 '아름다운 생태도로'로 조성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공사로 베어지게 되는 삼나무숲 면적은 2만1050㎡가 될 예정이다.

도의 관계자는 "시공회사에서 장비를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당장 공사를 시작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모니터링단과 물리적 충돌 없이 설득해서 공사가 원만히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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