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제주에 어두운 역사를 가진 곳으로 떠나는 여행'

전쟁, 학살 등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 '다크투어리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영화가 되는 절경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 숨겨진 제주의 아픈 역사를 기억할까?

푸르디 푸른 하늘, 선명한 한라산과 산방산

에머랄드빛 바다와 바람 한 점 없는 따뜻한 봄날 아침

오랫만에 느껴보는 자연을 담을 수 있는 맑은 날씨에 감사하며

아름다운 제주에 숨겨진 비극의 현장 '제주 다크투어리즘'

어두운 역사가 있는 섯알오름으로 들어가본다.

섯알오름은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위치한 오름으로

360여 개 오름 중 제주인의 희생으로 쌓아올린 일본군의 안위와

일제시대에 탄약고가 있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송악산 북쪽에 알 오름 세 개가 동서로 뻗어 있는 높이 21m의 야트막한 오름으로

동쪽은 동알오름, 서쪽은 섯알오름, 가운데 것을 셋알오름이라 한다.

일제 강점기에 설치한 고사포 진지, 제주 4.3사건 비극의 현장 학살터,

일제 강점기에 이용했던 알뜨르 비행장과 지하벙커가 있어

역사교훈여행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제강점기에 미군 항공기 공습에 대비,

알뜨르 비행장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인 군사 시설로

1945년 무렵에 원형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구축된 고사포 진지이다.

태평양전쟁 말기 수세에 몰린 일본이 제주도를 저항 기지로

삼고자 했던 증거를 보여주는 시설물이다.

5산(한라산, 군산, 단산, 산방산, 송악산)과

바다에 떠 있는 가파도와 마라도는 시시각각 다른 풍경으로 다가오고

한 발짝 그냥 스치기엔 하늘빛 미소와 유채꽃, 초록빛 풍경이 주는 아름다움은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내 듯 가다 서기를 반복하게 한다.

제주올레10코스 간세에는 이런 설명이...

한국전쟁 발발 후 전국적으로 보도연맹원을 학살할 때

모슬포를 중심으로 한 제주도 서부 지역의 예비 검속자 210명이

이곳 섯알오름에서 학살되었다.

이곳은 일본군이 탄약고로 사용했던 군사시설로

계엄사령부의 지시에 따라

1950년 8월 20일 새벽 2시경 한림 인근지역 주민 60명과

새벽 5시경 서부지역 예비 검속자 130여 명이 법적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집단 학살하고 암매장한 비극의 현장이다.

그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안장된 곳이 백조일손묘역과 만뱅디묘역이다.

탄약고 터는 일제가 항복하면서 탄약고를 폭파시켜

건물은 사라지고 현재의 큰 웅덩이가 남아 있다.

두 개의 엄청난 구덩이는 민간인을 학살한 장소로

숱한 영혼들의 꿈을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한 채 산산히 부서져

70년을 넘겼음에도 상처의 아픔은 더욱 생생하다.

 

'서로 다른 132분의 조상들이

한날한시 한곳에서 죽어 뼈가 엉기어 하나가 되었으니

그 후손들은 이제 모두 한 자손'

이라는 의미로 '백조일손의 묘'라 하고

학살당한 매해 음력 7월 7일에 학살터인 섯알오름에서

'섯알오름 예비검속희생자 합동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예비검속이라는 이름으로 잔인하게 학살된 곳

유족들이 시신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당시 계엄군이 무력으로 저지하여 7년 동안 출입금지구역으로 만들기도 했다.

죽음을 안 듯 희생자들은 군용트럭에서

흔적을 남기려고 벗어던진 고무신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그 날이 어둡고 참담했던 심정에 마음이 울컥해진다.

겸손한 자세를 취하고 공간은 위협하지 않는

알뜨르 비행장의 풍경, 바람과 조우하며 평화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제주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파랑새는 꿈을 전해주는 듯

넓고 아름다운 들판과 대조적인 숨겨진 아픔의 현장

섯알오름 주변으로 일제말기 일본군이 만든 비행장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전쟁 준비를 위한 공항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대정읍 상모리 아래쪽의 너른 벌판에

인근 주민들을 강제 동원시켜 건설한 군용 비행장이다.

알뜨르 비행장은 '마을 아래에 있는 너른 벌판'의 뜻을 갖고 있는

상모리 '알뜨르'에 조성되어서 붙은 이름이다.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던 역사의 현장 '알뜨르 비행장'

2차 대전 당시 일제가 제주도민들을 강제 동원하여 만든 비극의 현장은
제주4.3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깊은 상처로 남은

비극적 현대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알뜨르 비행장은 일본 해군이 1931년 부터 건설하기 시작하였고

1937년 중일전쟁 초기 폭격기지로 사용하면서 1945년 일본 본토결전 작전 준비 비행장으로 이용되었다.

이 시설물은 당시 일본군이 제주도민들을 강제 동원하여 건설한 전투기 격납고로

현재 19기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1기는 잔재만 남아 있다.

희생된 제주도민들을 위한 추모 리본

전투기 모형에는 추모의 글들이 색색이 끈으로 묶어 매달았다.

넓은 들판에는 밭담 너머로 파릇파릇 싹을 틔우고

수확을 앞둔 마늘과 무우가 풍요로운 농촌 풍경이 정답게 다가오지만

알뜨르 비행장 곳곳에 남아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 비행기 격납고는

흉물스러운 흔적을 남겼다.

오랜 세월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겨울이 지나 봄이 왔음을 식탁에서 알려주는 봄나물들

겨우내 언땅을 뚫고 나와 가장 먼저 움이 트는 '냉이'들의 합창이 시작되고  

양지바른 밭둑에 지천으로 널려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광대나물'

일찍 하얀꽃을 피워 희망을 노래하는 '장딸기'

혀꽃이 아름다운 샛노란 '방가지똥'도

이곳 알뜨르 비행장의 비극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듯

어두웠던 들판에도 꽃 피는 봄이 왔다.

알뜨르 비행장을 빠져나오니 모슬봉이 가까이 와 있다.

길가에는 태양을 닮은 노란 색상이 매력적인 '태양국(가지니아)'

봄 햇살에 더욱 화사하게 보인다.

한국전쟁 당시 육군 98병원 병동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모슬봉으로 가는 올레길에는

빈 터마다 가득 채운 봄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모슬포 평야지대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모슬봉'

모슬개(모슬포)에 있다고 하여 모슬봉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오름 정상부에는 조선시대의 봉수대가 있다.

군부대방향(왼쪽)은 군사시설이 있어 출입이 통제되고

올레11코스 이정표 따라 모슬봉 둘레길로 진입한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모슬봉 언덕에 올라서야만 보이는 풍경

올레길 따라 올라 간 곳은 상모리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고

걷는 동안 한라산이 가렸지만 하나의 몸체인 듯 산방산과 단산이 일직선상에 있고

사계바다와 형제섬이 그림같이 떠 있다.

올레길 11코스에 해당하는 중간스탬프가 보인다.

모슬봉 둘레길에는

빛과 어둠을 같이 담은 숲터널은 지친 몸을 힐링해주고

바닥에는 초록잎이 반가운 겨울딸기가 지천이다.

봄이 오는 소리에 놀라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발톱'

하늘을 향해 밝은 모습으로 환하게 웃는 '민들레'

홍자색 꽃이 아름다운 '자주괴불주머니'도 봄을 노래한다.

서양민들레는 꽃받침(총포)이 뒤로 젖혀져 있고

잎이 갈라진 상태가 (토종)민들레보다 날카롭다.

아픈 역사의 고장 '상모리'

송악산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해안선을 깍아내린 절벽 위에는 평평한 대지가 펼쳐져 있어

송악산 정상에서는 아름다운 해안절경과 가파도와 마라도, 형제섬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광활한 평야 지대에는 감자와 마늘농사를 짓고 있어

풍요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숨겨진 제주의 가슴 아픈 이야기

일제강점기~제주4.3~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비극의 현장

밭담 위에 떨어진 '동백꽃'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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