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추념식이 연예인과 유명인사의 출연으로 점차 희생자와 유족을 기리는 의미가 퇴색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번 제주4.3 71주년 추념식에 참가한 도올 김용옥과 배우 유아인의 모습(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지난 3일 4·3 71주년 추념식에서는 지난해 가수 이효리에 이어서 도올 김용옥과 배우 유아인이 참여했다. 이에 언론매체에서나 미디어에서는 이 두 사람만을 집중 조명하는 경우가 많아 주객이 전도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이번 추념식에서 이들의 출연에는 나름 명분이 있다. 두 사람은 3월 23일 반영된 KBS특별프로그램 '도올아인 오방간다' 마지막화인 12화에서 제주4·3을 자세하게 다룬 바 있다.

따라서 제주도에서는 이들이 제주4·3의 전국화에 큰 공헌을 한만큼, 이들을 초청해 옛 세대와 현 세대를 잇는 역할을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김용옥은 '제주평화선언'을 발표했으며, 유아인은 다른 지역 대표단 6명과 함께 연단에 서서 4·3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그러자 3일 많은 언론에서는 4·3추념식을 알리는 기사를 쓰면서 이 두사람의 단독샷을 중심에 두었다. 일부는 아예 두 사람이 4·3추념식에 참석했다는 사실만 알리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정작 이날 추념식에 있었단 중요한 내용들은 이 두 사람의 출연으로 가려졌다.

제주4.3 71주년 추념식의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특히 이날 추념식을 지켜본 사람들은 김용옥이나 유아인보다 4·3희생자 김영옥 할머니와 손녀 정향신 양의 유족사연을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김영옥 할머니는 48년 당시 가족들이 4·3폭도로 몰려 군인들에게 처형 당한후 수장됐다. 당시 7살이었던 김 할머니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고아가 되어서 홀로 살아가야 했다. 

이런 내용을 담담하게 읽어내려가는 정 양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4·3을 통해 희생자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희생자를 추모하는 내용보다 김용옥과 유아인이 기사의 메인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서 추념식이 유명인사의 자기 홍보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우려는 작년 가수 이효리가 추념식 사회를 맡았을 때부터 논란이 됐던 이야기다. 당시 이효리의 사회자가 결정되자, 자신을 4·3희생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이효리의 공식 팬카페에 글을 올리고 사회 참가를 거절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누리꾼은 "희생자와 유족들이 경건하고 조용히 치르기를 원하는 자리"라며 "유족의 한 사람으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몸이 떨리고 가슴이 아프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번 김용옥과 유아인의 참가에는 이효리만큼 논란이 크게 일지는 않았다. 하지만, 4·3의 전국화와 세계화라는 명목하에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의 참가가 점차 잦아지면서, 추모식을 다루는 미디어의 태도도 점차 변해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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