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중간보고회가 열린 성산생활체육관은 찬성주민들 일색으로 이뤄진 반쪽짜리 모임이었다.

23일 성산생활체육관에서 열린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의 모습(사진=제주투데이)

23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중간보고회를 앞두고 이날 체육관에는 자치경찰과 공무원들이 대거 동원됐다. 이들은 혹시 모를 주민들의 찬반 갈등이나 다툼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참가했다.

이날 중간보고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체육관은 고요했다. 이번에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와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 등 주요 반대단체들이 보이콧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여섯의 반대 주민들만이 피켓시위를 하며, 성산 주민들에게 반대에 동참해달라고 외칠 뿐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시끄럽다. 당장 나가라"라고 소리를 지르며 반대 주민들을 향해 짜증을 냈다. 일부 주민들은 욕이나 야유를 하면서 "성산주민 맞느냐"고 따져들기도 했다.

이에 자칫 마찰이 일어날 뻔했지만, 이날 참석한 공무원들의 중재로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제2공항 반대 피켓 시위를 하는 주민과 찬성 주민들이 서로 언쟁하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제2공항 반대 피켓 시위를 하는 주민과 찬성 주민들이 서로 언쟁하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그러던 중 전진 국토부 사무관이 중간보고회의 시작을 알리자, 주민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그동안 알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이제야 설명회가 열려서 다행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날 중간보고회에서 주민들 중 용역진에게 이번 사업과 관련해 질문을 던진 사람은 없었다. 다만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제주대학교의 한 학생이 양 공항의 역할 분담을 변경한 이유와 검토위의 일정, 오름 절취 여부와 관련해 질문했을 따름이다.

이외에는 김 모씨가 "제2공항 건설 때 도내 건설업체도 참여하게 해달라"는 건의가 있었을 따름이다. 또한, 온평리의 송종만 씨는 "보상금이 평당 10~20만원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이 땅 가지고 양도세를 물고 나면 생계가 날라가는데 대책이 없다. 이런 답답한 수용자도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 외에 오병만 성산읍 추진위원장은 "설명회 들어보니 기대이상으로 잘 됐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제가 볼 때 기대심리는 성산이 최적지라는 판단이다. 제주공항 포화가 되고 위험한데 확장 보완하면 가능하다. 무산하면 서부지역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도민이 기대심리를 갖게 하기 위해 현 공항의 보완이나 확장이 가능하다는 여론조작이 있다"며 "성산이 최적이고 다른 대안 없다는 설명을 (국토부가)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모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이날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에 참가한 성산주민들의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이날 중간보고회는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마무리가 됐으며, 이후 주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떠났다. 아무도 용역진이나 국토부에게 질문을 하거나, 자신들이 필요한 점을 요구하는 모습은 없었다.

장내는 결국 기자들만 남았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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