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평택항으로 반입된 필리핀 불법수 쓰레기를 제주도산이라고 말했다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망신을 당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제주산 쓰레기 발언으로 결국 사과문을 올렸다. 이 지사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발언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왼쪽 사진출처=이재명 지사 개인SNS)

경기도는 지난해 필리핀으로 수출됐다가 작년 12월과 올해 1월 평택항으로 반입된 폐기물 4,666톤(컨테이너 195개 분량)을 지난 4월부터 처리작업을 시작해왔다. 그러는 과정에서 경기도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이 폐기물의 출처가 제주도라고 언론에게 밝힌 바있다.

그리고 언론사들이 이 보도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이 기사들을 링크하면서 자신의 SNS에 "알고보니 이 중 상당량이 제주도에서 발생한 쓰레기라는 보도가 뒤따랐다"면서 언론 플레이를 하고 나섰다. 

자신이 보도자료를 뿌려놓고, 언론 보도 결과 제주산 쓰레기로 나타났다면서 여론전을 하고 다닌 것이다.

하지만 이 지사의 이런 행태는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지난 7일 환경부와 경기도, 평택시는 평택항 동부두 컨테이너 터미널에 있던 폐기물의 출처 파악을 사실상 그만두고 전량 처리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 이 폐기물들 중에 제주도산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사는 어제 11일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서 "제주도 폐기물이라는 방송보도를 사실로 확인할 수 없었다"며 "언론에 의존하여 제주도산 폐기물이라고 언급한 지난번 SNS 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제주도민과 원희룡 지사님에게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누군가를 비난할 의도가 아니라 아름다운 환경을 지켜나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는 사실을 헤아려주시기 바란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1일 자신의 개인 SNS에 올린 글

하지만 이런 이 지사의 변명은 궁색하다는 비판이 많다. 환경을 지키겠다는 의미였다면,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제주산 쓰레기라는 것을 강조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지사의 이 발언이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겨냥한 정치적인 행태였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원 지사도 자신의 개인 유튜브를 통해서 이 지사의 발언에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실 이번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출처 확인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지사의 글에 따르면, "폐기물들 대부분은 장기간 옥외에 방치되어 있어 포장이 삭거나 2~3년 동안 수출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재포장 등으로 인해 내용물이 섞여서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경기도와 환경부 등은 출처 확인보다는 신속한 처리를 택했다고 밝혔다. 김건 경기도 환경국장은 "출처를 확인하겠다고 4천톤이 넘는 쓰레기를 일일히 풀어헤치는 것은 무의미한 행정력 낭비"라며 "환경부에서도 빠르게 처리하라는 지침이 있었고, 국비와 경기도비도 확보된만큼 처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도산 폐기물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서 구분이 명확한 편이다. 제주도산 압축폐기물들은 비닐 재질로 된 포장지로 랩핑하기 때문이다. 

반면, 평택항에서 나온 폐기물들은 톤백(마대) 재질의 포장지로 랩핑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이미 지난 3월 28일 제주시 환경청정국이 샘플링 조사를 통해서 직접 가서 확인한 내용이기도 하다.

자료제공=제주시 

문제는 경기도의 태도다. 이 지사의 사과로 갈음하고 공식적인 사과는 할 계획이 없는 상태다. 이 지사의 개인 SNS로 대충 넘기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경기도는 이번 쓰레기 출처를 확인하지 않기로 한 것이지, 제주도산 폐기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일로 제주도와 경기도 두 지자체 간에 씻을 수 없는 앙금이 남게 됐다. 이 지사가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제주산 쓰레기라고 말한 '편견'과 환경 문제를 정치 논란으로 삼은 '오만'이 낳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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