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제주기후평화행진이 '제주들불축제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4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제주기후평화행진이 '제주들불축제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행안부에서는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가 발령되었다고 문자가 오고, 제주시청에선 오름에 불을 지르겠다 카톡이 오고…. 이게 무슨 정신분열 행태냐 했거든요.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한라산도 안 보이는데 도민들 울화통 터지기 전에 행사가 취소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새별오름 들불축제 취소 서명에 참여했던 한 시민이 보낸 글입니다. 새별오름에서 예정되었던 2023년 제주 들불축제 일정 중 오름 불 놓기를 비롯한 불 관련 행사가 취소되어 다행입니다. 

정부가 산불재난 국가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발령하는 등 최근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에 따른 산불 위험성이 커진 게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들불축제를 반대하며 서명에 참가하고 행사장을 방문해 반대 활동을 펼쳐온 시민들의 목소리가 전달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년 3월 9일 현재 제주들불축제를 반대하는 시민의 서명은 제안자 엄문희 외 2221명입니다. 시민들은 각자가 속한 영역에서 다양하게 정보공개요청이나 시위 등의 반대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지난 주말엔 제주기후평화행진의 반대 캠페인이 진행되었습니다.

오름 불 놓기가 진행될 예정이었던 새별오름에 '2023 제주들불축제' 글자를 비닐 방수천 '갑바'로 설치한 모습. (사진=시민 김종옥 제공)
오름 불 놓기가 진행될 예정이었던 새별오름에 '2023 제주들불축제' 글자를 비닐 방수천 '갑바'로 설치한 모습. (사진=시민 김종옥 제공)

강병삼 제주시장은 “탄소배출 등의 문제 의식에는 동의하지만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힘들 정도로 제주들불축제는 시민들 문화로 자리잡았다”라고 했고, 이후 평가회의 등을 거쳐 논의할 것으로 밝혔습니다. 그러나 해당 축제는 갈수록 반대에 직면할 것입니다.

이에 제주들불축제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에 요청합니다. 이는 기후재난 시대의 요청이기도 합니다. 

1. 기후재난의 현실에서 지구 곳곳이 붙타오르는데도 탄소배출 축제의 불길은 피운다는 발상 자체가 재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2. 들불 축제의 슬로건을 ‘친환경’이라고 둘러대고 인화물질로 불태운 후 묘목을 나눠주는 등의 행사는 저급한 ‘그린워싱’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으로 금지되어 생활 쓰레기도 못 태우는데 공권력이 하면 산불을 내도, 엄청난 양의 휘발유 부어서 불을 내도 그냥 축제가 되는 것인지 자문해야 할 것입니다.

3. 2009년에 정월대보름 화왕산 억새밭에 불 놓던 축제에선 마른 산에 삽시간 번진 불길에 여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진 적도 있습니다. 큰 피해를 낳은 대형산불 대다수가 겨울에서 봄 넘어가는 이 시기에 일어났습니다. 제주시는 줄곧 도민 안전을 위해 방비했다고 선전하였으나, 도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행사 자체가 사라져야 합니다.

제주들불축제 중 메인 행사인 오름에 불을 놓은 광경. (사진=제주시 제공)
제주들불축제 중 메인 행사인 오름에 불을 놓은 광경. (사진=제주시 제공)

4. 가축 방목을 위해 겨울 끝나기 전 풀을 태워 해충을 구제한 전통이 있어서 축제로 재현한다는 것도 폭우 속에서 휘발유를 들이부어 불을 내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전통이니 축제니 아무리 둘러대도 자연을 학대하고 재난을 부채질하는 행위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5. 고위공직자들에게 횃불 점화하며 삼성혈에서 채화하는 이런 행태 역시 억지스럽게 전통 맥락을 만들어 가부장제 공고히 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시스템 제국주의가 일상의 식민지를 낳고, 이것이 온 인류와 세계에 닥친 거대한 위기의 원인입니다.

6. 특히 제주에 거주하는 들불축제반대시민들이 새별오름을 모니터링한 결과 새별오름의 식생은 매해 불을 태웠음에도 억새를 비롯해 다수의 생물종이 분포해 있었고 새둥지와 낱곡을 먹는 조류와 파충류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별오름은 단지 쓸모없는 풀밭이거나 축제를 위한 면적이 아니라 동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지이기도 한 것입니다. 여기에 불을 놓고 즐긴다는 발상 자체가 야만적인 것임을 주지해야 할 것입니다.

새별오름 곳곳에서 발견된 파충류 서식지. (사진=시민 김종옥 제공)
새별오름 곳곳에서 발견된 파충류 서식지. (사진=시민 김종옥 제공)
새별오름 곳곳에 발견된 새 둥지. (사진=시민 김정옥 제공)
새별오름 곳곳에 발견된 새 둥지. (사진=시민 엄문희 제공)

지구 시스템 기능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이 자연의 거대한 시스템을 압도하는 시대입니다. 오름에 불 놓는 거대한 탄소배출 활동이 관광상품으로 허영되기엔 너무도 막중한 책임이 따릅니다.

앞으로 <(가)제주들불축제를반대하는시민들>은 당장 내년부터 들불축제 전면 폐지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겁니다. 행정당국은 ‘자리잡은 행사’니, ‘도민의 관심’이니 하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모두에게 위험한 축제를 당장 폐기하고, 안전하고 유익한 축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저희 활동에 함께하고 싶으신 분들은 전화(엄문희 010-9207-9327)로 문의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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