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윤 사회적협동조합 트멍 대표(사진제공=최석윤)
최석윤 사회적협동조합 트멍 대표(사진제공=최석윤)

제주시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중 한 곳이 자체적으로 시설 폐쇄를 결정했다. 그 시설은 종사자와 그 거주시설에 자녀들이 있는 부모들에게 일방 통보하고 제주시청에 폐쇄신청서를 냈다고 한다. 폐쇄 결정과 그 과정 두고 말이 많다.

먼저, 관련 사회복지법인이 시설 폐쇄를 안건으로 다룬 회의보고서는 해당 안건에 관련 '백지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도청에 보고된 당시 회의 자료는 다른 안건은 논의 과정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지만 시설 폐쇄 안건은 논의를 하고 결정은 했으나 회의록은 '비공개'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관련 내용이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도청 담당부서는 부모들에게 자료를 보고 싶으면 정보공개청구를 하라며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회의 자료를 행정기관에 보고하는데 개인정보라서 해당내용을 백지로 제출한다는 것도 '신박한' 발상인데 관리, 감독기관이 수정 지시 없이 개백지보고서를 수용하고 개인정보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도 아주 ‘신선’하다고 해야겠다.

이사회 결정과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구성원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특히 매달 많게는 70여 만 원에서 적게는 30여 만 원의 이용료를 내는 장애당사자와 부모들이 결정의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것은 '권리침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시청에 제출한 폐쇄신청서에 시설폐쇄이유를 인권침해로 인해 3차 행정처분을 받았다고 하는데 행정에 확인한 결과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법인은 거짓이유를 들어 회의를 소집하고 논의해서 시설 폐쇄를 결정했다는 말이 된다. 한 마디로 거짓사유를 들어 상정된 안건의 실효성을 따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거짓사유로 인해 결정된 내용은 문제가 있으니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시설 폐쇄 이유를 재정악화로 인한 경영난이라 했는데 이 또한 문제가 있다. 이 시설은 국비85%에 자부담15%로 기본재정이 확보된다. 그런데 법인에서 내민 재정악화 이유는 '후원금'이 줄어 재정에 문제가 생겨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운영에 필요한 기본재정은 변함이 없는데, 줄어든 후원금에서 문제를 찾았다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후원금은 일정하게 발생하는 고정된 수입이 아니라 ‘플러스알파’에 해당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들어올 수도 있고,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후원금이다. 즉, 후원금 때문에 경영 및 재정악화가 발생했다는 건 재정상태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경영 방식에서 그 문제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시설 폐쇄 이유가 이처럼 허술한데 제주시청과 제주도는 어떤 반응일까. 개인사업자가 자기 사업장 문을 닫는다고 하는 건 개인의 자유라 행정이 할 일이 없다고 할까?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국비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 국가사업을 위탁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세금을 그렇게 사용해선 안 된다. 어설픈 폐쇄 사유를 두고 행정은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사용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폐쇄 이유가 합당한지 검토하고 공론화 시킬 생각이 없는 것이다. 법이 부여한 적극적 개인을 통한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고 그것을 적용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는 거다.

장애당사자들의 삶을, 그 자녀들을 둔 부모들의 고통을 들여다 볼 마음은 전혀 안 보인다. 행정은 사회적약자를 보호한다는 말은 잘하지만 어떻게 보호하고 무엇을 지원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안 보인다.

설마 행정 당국은 합리적이지 않은 시설 폐쇄의 이유를 인정하고 이용자들을 전국의 다른 시설로 강제전원조치 방치할 생각인 것인가. 부모들의 하소연과 호소를 외면하면서 시간을 보내고만 있는 건 아닐 것이라는 실낱 같은 기대를 해본다.

당장이라도 오영훈 도지사가 나서서 법인에 대한 감사와 시설운영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문제의 해법을 장애당사자를 중심으로 풀어가겠다는 의지와 약속을 해야 할 일이다. 말로는 장애당사자의 인권보호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법인과 행정이 행정이 심각한 인권침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여다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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