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장애인거주시설의 명분 없는 폐쇄는 인권침해로 봐야 한다)에서 장애인거주시설 폐쇄와 관련해서 사회복지법인이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어 폐쇄를 결정한 것은 ‘정당한 절차에 의한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후 제주시와 제주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듣게 됐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놀라운 내용들이었다.

‘개인이 자기 사업장 문 닫는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이용자들을 전국으로 강제 이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부모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모양이다. 행정기관이 문제풀이를 이렇게 하는 것이 적절한지, 지금처럼 해결의 당사자 모습이 아닌 불구경 나온 구경꾼처럼 행세하는 데 대해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은 사회복지시설에 국민세금이 보조금(지원금)형태로 시설 운영비로 들어가고 있는 점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보면 행정은 운영법인을 ‘자영업’으로 구분하는 것 같다. 이런 인식과 해석이 맞는지는 분명히 짚어봐야 한다.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시설운영 법인을 ‘자영업’으로 보면서도 그런 개인사업장에 국고지원을 해 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국민세금이 들어간 시설이 ‘자진폐쇄’를 결정하면 막을 법이 없다고 뒷짐 지고 아무것도 안 한다고? 행정이 존재하는 이유를 행정 스스로가 물어보고 답을 만들어봐야 할 일이다.

‘자영업자’가 사업장을 ‘자진폐쇄’하는 걸 법으로 막을 길이 없다는 행정의 말에 도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 말에 최소한의 궁금증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의원들은 국가보조금을 받으려면 어떤 자격기준을 갖춰야 하는지, 보조금을 제공했다면 행정은 그것을 확인할 의무는 없는지, 시설의 보조금 사용에 대해 행정은 철저하게 보고는 받는지, 보조금 사용 법인을 관리 감독할 권한은 있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 하고 행정에게 물어야 하는 것 아닐까.

국가보조금을 사회복지 사업자에 지원을 할 때는 법과 조례에 근거하고 있을 것이다. 그 법과 조례에는 보조금 받는 자의 자격과 보조금 관리에 대한 내용들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 내용에 행정이 가진 권한을 살펴보면 행정이 무엇을 하면 되는지 바로 알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는 행정이나 의원들이 부모에게 답을 요구하는 문제를 들겠다.

부모들은 현재 암담하고 답답하고 먹먹하고 정신이 벗는 상태고 누구라도 만나 하소연하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이 된다고만 하면 어디든 달려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행정과 의원들은 법과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법적으로 할 게 없다’고 말하면서 ‘좋은 방안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

그 말에 부모들이 발품을 팔아 들은 이야기를 1.시설폐쇄반대 2.정상화를 위해 임원(경영진)교체 3.법인해산 후 제주도가 시설을 환수, 수용 수 직접운영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은 그건 할 수 없다고 한다. 방안을 제시하라고 해서 제안을 했으면 검토라는 걸 해야지 들은 자리에서 안 된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행정과 의원들이 부모들에게 ‘방안을 알려 달라’고 할 게 아니라 ‘이렇게 저렇게 하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해법을 제시하고 부모들이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행정은 개인사업자를 강조하면서 시설폐쇄를 한다고 하면 막을 방도가 없다고 하는데 간단하게 해결을 할 방법은 있다. 시설폐쇄 이유가 경영악화와 인권침해 발생이라 했는데 이는 경영과 운영의 문제라 하겠다. 경영악화는 보조금 사용과 관련한 강도 높은 회계감사를 해서 원인을 찾으면 되고 인권침해 발생은 종사자 개인의 책임도 있지만 법에서는 경영진의 책임도 강력하게 묻고 있으니 그 법을 따라 행정이 감독권한을 발동해 임원해임(사회복지사업법22조)과 교체를 통해 경영개선을 위한 시간을 투자하면 충분히 시설 내 모든 기능의 정상화가 가능하다.

시설폐쇄 신청이 들어왔고 행정은 불수용 통지를 했다면서 법인이 시설폐쇄를 강행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시설폐쇄 사유가 합당한지 여부와 재정상태 파악 그리고 감독권한 발동으로 시설의 재정건강성, 환경건강성을 확보해 국민세금이 올바로 쓰일 수 있게 해야 할 일이다.

또한 강제이주에 대한 계획이 있다거나 그 계획을 실행하려 한다면 장애당사자와 보호자의 동의는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당사자의 동의절차 없이 행정력을 동원한다면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로 볼 수 있겠다. 현재의 삶에서 다른 환경, 다른 지역에서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면 가장 우선으로 당사자의 결정권이 작동되어야 하고 그 결정권을 보호하고 보장해야 할 의무는 행정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현재 시설폐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설 내 이용자(장애당사자)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짚어봐야 한다. 시설폐쇄 발표 후 현재의 상황은 종사자(13명)와 이용자(37명)의 비율 불균형으로 인해 프로그램은 없고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도 없고 안전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없는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생활시설이 아니라 수용시설이라 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 방치가 된 상태라고 하겠다. 이는 행정과 법인이 만드는 구조적인 폭력이고 인권침해라 할 수 있기에 이 시설은 고강도의 지도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해야 할 때라고 본다.

최석윤 사회적협동조합 트멍 대표(사진제공=최석윤)
최석윤 사회적협동조합 트멍 대표(사진제공=최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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