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을 반대하는 10여개의 단체들이 지난 2021년 1월27일 시내 곳곳에서 "제주를 지켜달라"는 현수막을 걸고 여론조사 반대 투표 독려 총력전을 펼쳤다. (사진=녹색당, 진보당, 한살림, 제주가치, 제주여성인권단체, 제주여민회, 곶자왈사람들, 강정사람들)
제2공항을 반대하는 10여개의 단체들이 지난 2021년 1월27일 시내 곳곳에서 "제주를 지켜달라"는 현수막을 걸고 여론조사 반대 투표 독려 총력전을 펼쳤다. (사진=녹색당, 진보당, 한살림, 제주가치, 제주여성인권단체, 제주여민회, 곶자왈사람들, 강정사람들)

#슬로건의 절차와 의사결정은 원칙을 따랐는가

앞에서 밝혔듯이 지난 대선과 지역선거과정에서 당면한 제주의 현안문제를 두고 진보진영은 위기감과 책임감으로 대응하지 못하였다. 대선은 강 건너 불구경이었고 지역선거는 도지사선거를 중심으로 기존의 선거판을 답습하는 모습이었는데 제주가치도 녹색당도 말 그대로 '내가 도지사가 되면' 류의 선거판에 매몰된 모습이었다. 이는 선거 이후에 대한 고민이나 전망이 부재하였음인데 실제 지역선거 이후 내심 허탈한 상태를 맞기도 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윤 정권의 발호와 패악이 본격화 되면서 제2공항건설 문제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주도로 지난 3월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동의까지 거칠 것 없이 진행되는데 그동안 손 놓고 있던 반대측에서 '제주도민 찬반투표'를 주장하고 나섰다. 

앞에서 이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지만 (주민)운동적 관점에서 결코 접근해서는 안될 방법으로 여겨지는데 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제기일 수 있는데 누가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하였는가,이다. 나는 이러한 결정이 이루어진 단위나 과정을 알지 못한다. 비상도민회의의 논의와 의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모르지만 언제 어떻게 어느 단위에서 이런 논의와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는지 묻고 싶다. 

지역선거과정 이후 반대측의 역량을 추스르는 어떤 논의와 실천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이후 비상도민회의의 실천목표가 되는 이런 중대한 현안에 대한 제안과 논의와 결정과정은 모든 단위의 참여와 책임을 전제로 미약하나마 실천역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절차로서 운동의 기본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본조차 무시할 다른 무엇이 있단 말인가. 시급하고 절박함이야 이미 윤 정권 출발부터이고 이미 한 번의 엄청난 도박을 하지 않았는가. (도박이라는 말이 나도 개운찮은데 '찬반여론조사'에 대한 평가나 이후 이를 조직적 성과로 이어가지 못한 점 또는 이를 위한 전망이나 방안이 부재한 점을 든다면 도박 대신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이후 도지사선거를 통하여 표로 검증받으려 했음도 일정 부분 인정하여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민 찬반투표' 슬로건(주장)은 반드시 문제제기가 필요하며 비상도민회의 나아가서 반대측 제정당단체의 내부논의와 전체논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

#앞으로 어찌할 것인가

이제 가장 곤혹스런 대목이다. 그래서 우짜라고. 그대로 말하면 별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지금처럼 주먹구구식 임시방편의 기존의 형식적이고 타성적인 접근은 아무런 해법이 되지 못한다. 운동의 원칙에 입각하여 지금 현안을 들여다보고 현재 우리의 포지션을 살펴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달리 길이 있겠는가.

그동안의 싸움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들, 성산지역 피해주민들의 절박함과 찬반공론화 여론조사결과에 노심초사하던 활동가들 이후 지역선거에서 헌신적이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한 운동원들 그리고 이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준 5조원의 개발성장 국책사업을 스스로 마다한 뚝심의 제주도민들을 믿고 다시 판을 짜야하지 않겠는가.

강정마을에 위치한 제주해군기지 정문 풍경(사진=강정해군기지반대주민회 제공)
강정마을에 위치한 제주해군기지 정문 풍경(사진=강정해군기지반대주민회 제공)

#강정싸움에 대하여

결이 다르다 여길 수 있겠지만 되돌아 강정싸움을 돌아보자. 흔히 강정싸움은 끝나지 않았으며 계속되고 있고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강정싸움을 이긴 싸움으로 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싸움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강정싸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혹 강정싸움에 대하여 백서형태나 전체적 평가서를 본 적 있는가. 오랜 기간 반대주민들과 수많은 헌신적 활동가들이 오가며 싸움을 이어왔음에도 전체적 전망을 가지고 목표를 정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운영하는 컨트롤타워는 있었는가. 지금 강정싸움을 대표하는 조직은 어디인가.

다른 말로 내가 강정싸움을 하고 싶다면 어디로 찾아가야 하는가. 지금 강정싸움에 가장 시급하고 일손이 부족한 일은 무엇인가. 싸움이 계속된다고 할 때 매일 아침 기지정문에서 백배 올리고 점심때 인간띠잇기하는 것을 말하는가. 

또는 (군사)도로확장이나 생태파괴 등에 그때그때 반대활동을 하거나 외부인들에게 망가진 강정모습을 견학시키는 일을 말하는가. (다시 말하지만 강정싸움에 있어 이전이나 현재활동을 폄하하려는 뜻은 전혀 없으며 이를 꼭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내보기에 어떤 식이든 강정싸움은 일단락된 평가가 필요하다. 물론 이는 국가공권력과 지역개발(토호정치)세력들에게 진 싸움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싸움에 지더라도 이를 통하여 싸움의 경험을 익히고 평가와 반성을 통하여 이후 싸움에 조직적 성과로 이어질 때 어쩌면 그것이 강정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계속되어야 한다는 한걸음 나아간 뜻일 수도 있겠다. 이는 싸움의 전망과 목표가 평화와 생태환경의 보전을 통하여 끝내 제주민과 인민대중을 위하고 자연과 공존을 꾀하는 일인 때문일 게다.

그렇다면 강정싸움 이후 우리는 그 싸움의 경험과 성과를 어떻게 이어받아 이후 어떻게 써먹고 있는가. 그러기 위해 강정싸움에 대한 평가와 반성은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따져볼 일이다. 흔히 강정싸움에 대한 피해의식과 트라우마를 말하곤 하는데 그 실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딛고 일어서야 하는지도 포함해서.

지난 3월27일 오전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이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도로구역 결정 무효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3월27일 오전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이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도로구역 결정 무효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비자림로싸움에 대하여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해보자. 비자림로싸움인데 아다시피 2017년 송당주민들의 숙원임을 들어 일정구간 편도 2차선으로 도로를 확장하는 사업이다. 이에 생태환경파괴와 훼손에 반대하며 이를 전국적으로 이슈화하고 실정법 위반 등을 찾아내어 공사를 지연시켜왔다. (그런 가운데 1급 생태환경의 보고인 천미천일대를 조사하고 발견한 것은 큰 수확인 동시에 그 파괴는 더큰 아픔으로 다가오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성산 제2공항건설과 연계된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제2공항 반대싸움의 일환이거나 연장으로서 그 의미도 더해졌다. 그런데 싸움의 양상을 보면 사업시행 고시가 이루어진 다음에 녹색당원을 중심으로 개인적 관심이나 참여가 주를 이루었으며 특이한 것은 지역 내 대표적 두 환경단체와 비상도민회의 단위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다. 

뒤에 이 싸움의 주체로 이름을 알린 것이 '비자림로를 위해서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인데 말그대로 자발적이고 유연한 또는 느슨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이 갖는 장점 말고 단점을 지적한다면 싸움의 목표나 전망이 부재하거나 불투명한 것인데 그때그때 현안이나 이슈에 따라 대응하는 형태로 지속적인 조직적 대응이 어려울 뿐더러 무엇보다 책임있는 활동이 어려웠다. 헌신적이고 성실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말그대로 할 수 있는 뭐라도 하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다른 말로 책임이 없는 조직인 것이다. (이는 지금 강정싸움의 모습이기도 하다) 

지난 지역선거기간 어느 활동가는 선거(정치)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는데 기본적으로 싸움이나 활동이 정치와 무관하지 않으며 그 귀결이 정치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했을 때 그이의 싸움에 대한 전망이나 책임에 대한 자세가 의아해보이기도 하였다.

비자림로는 지난 지역선거 기간 공사를 재개하여 현재는 확장된 도로의 평탄작업을 거의 마친 상태다. 이에 대하여 녹색당을 중심으로 '비자림로 도로구역결정 무효소송'을 하여 법적 대응을 하고 있는데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를 결정하였다. (늘 그렇지만 법적 대응은 싸움의 보조에 그쳐야한다 자칫 소모적이거나 싸움을 지연시키는데 그치기 쉽다)

비자림로싸움 관련 그동안 생물다양성 파괴와 멸종위기종 관찰보고 등으로 관할부서인 영산강유역환경청의 공사중지명령이나 벌금부과 등 공사를 지연할 수 있었으나 제주도의원 대다수가 공사조속재개촉구결의안을 낸다든지 전혀 반대측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행보를 보였으며 (당시 민주당 소속 환경도시위원희 위원장 강성의씨는 발의부터 이에 찬성하였다) 지난 지역선거 결과를 보면 개발성장을 주장한 이들이 도의원으로 대거 당선되었다.

반대측은 법적 대응을 이어가기로 결정하였지만 이후 전망이나 대응이 궁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자림로싸움을 조직적으로 특히 제2공항싸움과 연계하여 이어갈만한 동력을 얻기에 한계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10월19일 오전 10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어촌계 해녀들은 제주도청에서 집회를 열고 21일 예고한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지난 2021년 10월19일 오전 10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어촌계 해녀들은 제주도청에서 집회를 열고 21일 예고한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월정 하수처리장증설 반대싸움에 대하여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월정리해녀들을 중심으로 한 동부하수처리장증설반대싸움도 들여다보자 아다시피 2018년부터 처음에 마을 전체가 나서 하수처리장증설 반대 싸움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종 공권력의 압력과 시행사를 앞세운 벌금 폭탄 압력 등으로 마을은 협의체에 들어갔고 월정리 해녀들만이 협의를 거부하고 현재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다.

동부하수처리장의 증설 과정은 2007년 6천톤의 하수처리용량으로 지어진 뒤 2014년 1만2천톤으로 증설하였으며 2017년 2만4000톤 증설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관광객 증가와 괘를 같이 하고 있다.

2007년 당시 관광객 수는 500만명, 2014년 1200만명. 2017년 당시 1500만명으로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제2공항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국토부가 예상하는 2025년 항공여객수는 3900만명으로 예상관광객수는 2000만명에 가깝다. 

이와 관련 현재 제주의 하수처리시설을 살펴보면 이미 하수처리용량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인구 70만이 사는 섬에 1500만명의 관광객이 들어오는 지금 총 여덟 곳의 하수처리장의 하수처리용량은 2019년 기준 이미 95%에 달하였고 정수처리되지 못한 하수를 바다로 그대로 쏟아내고 있다. (최대처리용량은 80% 정도이다 이는 하루 기준 24시간 일정비율로 하수가 유입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최대유입시간을 고려하여야 하는 때문이다. 노형동 드림타워의 경우 하수처리대책으로 하루 2천2백톤의 하수를 모았다가 심야에 도두하수처리장으로 배출하겠다 하였다 삼다수 1일 지하수 사용량 4천6백톤보다 훨씬 많은 5천톤의 지하수를 쓰는데 그 중 일부라 하더라도 이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특히 제주시내에 있는 도두하수처리장의 경우 가장 심각한데 아다시피 2016년 도두앞바다에 처리되지 않은 똥물을 몰래 배출한 것이 발각되어 큰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비가 오거나 하면 13만톤 규모의 하수처리장에 20만톤까지 하수가 유입된다 하는데 그 대책으로 22만톤 규모로 처리용량 증설계획을 세웠음에도 아직 착공도 못하고 있다.

앞에서 보았듯 노형동 드림타워 하수까지 처리해야하는 실정이고 보면 말그대로 노답이다.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도 이와 관련한 것으로 화북 삼양의 하수를 월정으로, 외도동 하수를 한경면 판포처리장으로 보낸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쓰레기문제와 함께 하수처리는 당면한 급박하고 절실한 문제이며 현재 상태로는 하수처리용량 증설은 불가피해 보인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적정인구(주민과 관광객을 포함한)와 적정처리용량의 조화겠는데 현실적으로 난망이며 소규모 지역분산형 하수처리장 주장도 제주도정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기본적인 문제제기로 하수처리장의 신설 또는 증설이 왜 문제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현실이다. 기본적으로 하수처리장은 하수(오수)를 걸러 정수처리하는 시설이다. 달리 말하면 하수처리된 물은 생활용수로 쓸 수 있는 깨끗한 물이어야 하며 그 처리과정도 악취나 슬러지를 해결하는 위생적인 시설이어야 한다. (실제 하와이 하수처리시설을 견학한 홍명환 전의원의 말에 의하면 인구 1백만의 호놀룰루시 하수처리장의 처리용량이 26만톤인데 악취도 없고 위생상태가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쓰레기매립소각장을 포함 하수처리시설은 대표적 혐오시설이다. (도두하수처리장 증설이 지연되는 이유중 하나는 주민들의 시설 지하화 요구도 있으며 남원하수처리장 증설의 경우도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이같이 하수처리장 시설이 그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주민피해를 유발하는 한 피해주민과의 갈등과 대립은 지속되고 공권력이나 법에 기댄 강제에 의해 행정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공동체의 분열과 반목이 되풀이될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월정의 하수처리장 증설반대싸움의 해법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고민이나 논의가 필요하겠는데 당장 현장에서 그동안 공사를 막기 위한 해녀들이 24시간 컨테이너에서 숙식하며 계속하고 있는 농성싸움은 며칠 전 사업시행고시가 나면서 급박한 상황을 맞고 있다. 

두 사람의 여성활동가가 현장에서 공사방해로 경찰에 연행되고 부상을 입기도 하였는데 이에 다른 활동가들에게 농성장싸움을 지원하고 현장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다른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 현장지원이 마땅하겠는데 이를 위해서도 살펴볼 문제가 있겠다. 

먼저 이러한 현장싸움이나 이에 대한 지원이 어떤 성과를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싸움의 지점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한데 그 싸움의 중심이 월정리 해녀들이고 또 그이들의 결정으로 싸움이 일단락되거나 지속될 때 타 활동가들은 말그대로 지원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제주의 현안문제로 제2공항싸움을 위시한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망을 두고 결합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며 일시적이고 지역적인 싸움에 그칠 수도 있다면 이에 대한 타 활동가들의 참여는 제한되거나 축소될 것이며 실제 녹색당을 비롯한 일부 정당단체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 (칼호텔 매각관련 노동자 고용승계싸움이 내부적으로 해결되면서 지원단체들의 포지션이 애매해진 적도 있다 '제성마을 왕벚나무 벌목대응'이나 '서귀포시 외곽도로 확장사업반대' 등 싸움의 연계나 전망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밀양의 송전탑반대싸움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며 전국적이며 적극적인 관심이나 참여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다행히 전국단위의 협의체가 꾸려지기도 하였는데 이들의 요구도 해녀들을 협상파트너로 인정할 것, 용천동굴 조사가 끝날 때까지 공사중단할 것 등을 내세우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관련 용천동굴 문제제기는 또다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비자림로싸움에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임을 주장하는 송당주민들이 천혜의 생태환경으로 새롭게 발견된 천미천지역이나 비자림숲 생태환경을 파괴훼손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공사가 시작되면 현장에서 몸싸움이나 불법시위의 명목으로 연행 구금과 최소한 벌금형 부과와 함께 부상의 우려 등 현실적인 피해가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이미 강정싸움에서 보았듯 공사장 정문을 막고 있다가 공사차량이 드나들 경우 전경들에게 앉은 의자 채 들려나가면서 무력하게 벌금형을 맞기도 하는 선례가 있지 않은가.

또 비슷한 예로 밀양송전탑싸움때 마지막 보루로 버티고 있던 산위 송전탑부지(지금은 번호도 가물거린다)를 전경들에게 행정대집행으로 침탈당하면서 어느 반핵활동가가 전경의 침탈이 시작되면서 동참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멀리 밀양 산속까지 역부러 동참하는 일도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전경의 포위망을 뚫고 많은 이들이 함께 하였다) 

뻔히 예상되는 침탈상황을 두고 책임있는 활동가로서 동참호소가 아닌 보다 실질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지금 월정리싸움에서도 달리 대응이나 해법이 보이지 않지만 이런 문제제기는 필요해 보인다. 책임 있는 활동가로서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전망을 가질 것인가, 하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지난 3월2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영훈 지사는 국토부에 제2공항 주민투표를 즉각 요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지난 3월2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영훈 지사는 국토부에 제2공항 주민투표를 즉각 요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글을 맺으며

제2공항싸움을 중심에 두고 지난 지역선거 그리고 이후 '제주도민 찬반투표' 슬로건을 위시한 반대측의 대응에 대하여 또 몇가지 지역현안을 이와 연관지어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나또한 이렇다 할 전망이나 대책을 갖지 못한 처지지만 지금 시기 꼭 필요한 문제제기라 여겨 이후 제주지역 운동판을 서성여야할 활동가의 한사람으로서 통렬한 자기비판임을 전제로 비교적 거리낌없이 썼다. (그대로 말하면 몸이 느끼는 아픔이 훨씬 통렬하기는 하다)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를 비난할 의도는 전혀 아님을 다시 한번 밝히며 활동가개인과 제단체의 고민과 논의를 위한 의미있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 초하로 내닫는 가시리의 텃밭은 멍때리기에 충분할 만큼 푸르다. 여러분의 건승을 바란다.

덧, 숫자나 연도에 약하다 지난 자료를 들춰보고 나름 챙겨보았지만 잘못된 부분을 알려주시면 바로 고치겠다. 물론 싸움이나 활동에 대해서도 잘못된 명칭이나 내용을 지적해 주시면 고맙겠다 관점의 차이나 맥락의 부분은 논쟁을 마다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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